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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잘 되는데, 브랜딩이 왜 필요할까?

‘알라미의 회사’에서, ‘세 사업의 딜라이트룸’으로. 홈페이지 개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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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ghtRoom
Jul 27, 2026
제품이 잘 되는데, 브랜딩이 왜 필요할까?
Contents
‘알라미의 회사’에서, ‘세 사업의 딜라이트룸’으로. 홈페이지 개선기“세계 1위 알람 앱 만드는 회사”트래픽도 없는 페이지를, 누가 볼까?브랜딩은 회사에 ‘얼굴’을 만들어 주는 일나열 대신, 플라이휠신뢰는 숫자에, 온도는 화면에다시, 처음 질문으로

‘알라미의 회사’에서, ‘세 사업의 딜라이트룸’으로. 홈페이지 개선기

앱 업계에서 브랜딩 이야기를 꺼내면 돌아오는 반응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다운로드, 리텐션, 매출. 숫자가 말해주는데 브랜딩이 그렇게 중요할까? 라는 것이죠. 만약 브랜딩이 흔히 떠올리는 것, 그러니까 로고를 다듬고 색을 고르는 일이라면 이 회의론은 타당합니다. 숫자가 잘 나오는 앱 회사에 예쁜 로고가 급할 리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회사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이미 알고 있던 브랜딩의 무게가 다시 선명해졌습니다. 이 글은 그 과정의 기록입니다. 저희 사례이지만, 제품이 잘 되고 있는 회사일수록 비슷하게 겪게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1위 알람 앱 만드는 회사”

딜라이트룸은 앞의 회의론 기준으로 보면 브랜딩이 가장 필요 없는 회사입니다. 외부 투자 없이 매출 470억, 영업이익 40%. 100개국 1위 알람 앱. 숫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딜라이트룸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아마 ‘알라미를 만드는 회사’로 기억하지 않을까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제 딜라이트룸은 알라미만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이미 세 가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앱을 만들고(Alarmy), 수익화 노하우를 다른 앱에 연결하고(DARO), 검증된 앱을 사서 키웁니다(DelightHub). 이 전체를 한 문장으로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숫자는 충분한데, 정작 딜라이트룸의 정체성은 알려지지 않은 것입니다.

트래픽도 없는 페이지를, 누가 볼까?

그 간극이 가장 크게 드러난 곳이 홈페이지였습니다.
B2C 앱 회사에서 코퍼레이트 홈페이지는 늘 우선순위 밖입니다. 트래픽이 크지 않은 페이지지만, 꼭 봐야 할 사람들은 봅니다. 매각을 고민하는 파운더, 투자를 검토하는 사람, 합류를 고민하는 사람. 그런데 정작 회사를 보여주는 페이지들은 알라미를 중심으로 짜여 있었습니다. 회사 소개는 알라미의 비전을 중심으로 쓰여 있었고, 알람 앱 메뉴와 회사 메뉴가 한 내비게이션에 섞여 있었습니다. 매각을 고민하는 파운더나 투자자가 들어갈 입구는 아예 없었습니다. 방문자에게는 “알라미 = 딜라이트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회사가 대표 제품 하나로만 기억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알람 만드는 회사’라는 한 줄은, 홈페이지가 하고 있던 말 그대로였습니다.

브랜딩은 회사에 ‘얼굴’을 만들어 주는 일

저희는 브랜딩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회사에 얼굴을 만들어 주는 일.
생김새가 아니라, 보자마자 “아, 이런 회사구나” 하고 느껴지는 ~다움을 말합니다. 그리고 디자인은 그 사람다움이 겉으로 드러나도록, 얼굴을 또렷하게 그려내는 일입니다. 이 정의를 가장 선명하게 확인한 것이 이번 홈페이지 작업이었습니다.

이 정의로 보면 문제가 정확해집니다. 딜라이트룸은 자아가 없는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오래 사랑받는 제품을 만든다”는 비전도, 세 사업이 서로를 키우는 플라이휠 구조도 이미 있었습니다. 없는 것은 얼굴이었습니다. 방향은 있는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일입니다.

나열 대신, 플라이휠

그래서 홈페이지를 다시 그렸습니다.
내비게이션을 홈·알라미·다로·딜라이트허브·팀으로 재편해, “알라미의 회사”가 아니라 “세 사업을 굴리는 회사”로 구조부터 다시 세웠습니다. 세 사업은 나열하는 대신 플라이휠 도식 하나로 묶었습니다. 사업 세 개를 차례로 읽고 나서야 연결을 짐작하게 하는 대신, 하나의 구조가 돌고 있다는 것이 먼저 보이게 했습니다.

신뢰는 숫자에, 온도는 화면에

레퍼런스를 조사하며 기준이 하나 생겼습니다. 잘 정제된 신뢰형 사이트들은 배제했습니다. 고객사 로고가 정연하게 깔리고, 성과 수치와 인증 배지가 빈틈없이 쌓여 있는, 그런 사이트들 말입니다. 이 체급이면 그쪽이 안전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이트는 믿음직한 대신, 그 회사 사람들이 어떤 온도로 일하는지는 보여주지 못합니다.

딜라이트룸은 숫자로는 진지한 회사입니다. 일하는 방식도 그만큼 치열하고요. 다만 그 치열함이 무겁게만 흐르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유머를 잃지 않고, 즐겁게 일합니다. 밝고 이타적인 동료들의 에너지가 받쳐주기 때문입니다.

가장 고민한 건 이 밝은 에너지를 어떻게 페이지에 담느냐였습니다. 회사 소개 페이지는 보통 정제된 무게감으로 신뢰를 얻으려 합니다. 그런데 그 무게감만 좇다 보면 화면은 그럴듯해지는 대신 차가워지고, 정작 이 조직이 일하는 온도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역할을 나눴습니다. 신뢰는 숫자에 맡겼습니다. 카운트업으로 한 자리씩 올라가는 매출과 이익이 그 몫입니다. 진지함을 굳이 말로 강조하지 않아도, 숫자가 대신 증명하니까요.

나머지 화면에는 반대의 것을 입혔습니다. 채도 높은 파랑과 노랑, 군더더기 없는 타이포그래피, 장난기가 묻어나는 일러스트레이션과 도형. 이 요소 하나하나가 정제된 무게감이 아니라 이 조직이 실제로 일하는 온도를 나르도록 손봤습니다. 진지함은 숫자가 지키니, 나머지 화면은 마음껏 밝아도 되었습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제품이 잘 되는데 브랜딩이 왜 필요할까요.
저희가 확인한 답은, 제품이 잘 될수록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제품은 “무엇을 만드는가”까지만 말해줍니다. 이 회사가 누구고 어디로 가는지는 회사의 자아가 말해줘야 하고, 그 자아는 보여야 전달됩니다. 숫자가 커질수록 사람들은 회사를 궁금해하는데, 보여줄 자아가 없는 회사는 자기가 만든 제품 하나로만 기억됩니다.

이제 누군가 “무슨 회사예요?”라고 물으면, 홈페이지가 한 문장으로 답합니다.
“오래 사랑받는 제품을 만듭니다.”

딜라이트룸 (DelightRoom) - Make Things People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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