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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지 마세요

LLM은 존재가 아니라 시뮬레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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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ghtRoom
Jan 07, 2026
AI에게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지 마세요
Contents
LLM은 존재가 아니라 시뮬레이터다누락된 첫 단계기존 접근과의 차이질문 전의 질문을 하다Unknown Unknown → Known Unknown작동 원리왜 병렬인가실제 사례: 프로덕션 인시던트 분석각 관점이 본 것 — 그리고 보지 못한 것Convergence와 Divergence시작하기Claude Code 플러그인판단 기준MotiveTools마무리
Prothesis: 전문가 관점을 먼저 선택하는 Claude Code 협업 프레임워크

LLM은 존재가 아니라 시뮬레이터다

최근 Andrej Karpathy가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LLM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지 말고 시뮬레이터로 생각하세요. 예를 들어, 어떤 주제를 탐구할 때 이렇게 묻지 마세요:
“너는 xyz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너”라는 존재는 없습니다. 대신에 이렇게 시도해보세요:
“어떤 그룹이 xyz를 탐구하기에 좋은 사람들일까? 그들은 뭐라고 할까?”

LLM은 다양한 관점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지만, 스스로 오랜 시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너”라고 강제하면, fine-tuning 데이터에 암시된 특정 페르소나를 채택해 그것을 시뮬레이션할 뿐입니다.

누락된 첫 단계

저 역시 이 관점과 비슷하게 AI와 함께 일하면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AI에게 보통 하는 질문:

“이 코드 어떻게 생각해?”
“이 설계 괜찮아?”

AI는 곧바로 답합니다. 빠르지만, 때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작동은 하는데, 왜 이렇게 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문제는 어떤 기준으로 답했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 성능 관점에서 본 건가, 유지보수 관점에서 본 건가?
  • 당장의 해결을 중시한 건가, 장기적 확장성을 고려한 건가?

시니어 엔지니어의 핵심 역량은 모호한 문제를 구체화하는 능력입니다. 명시적 지시 없이는, AI는 이 단계를 건너뜁니다. 기준이 없으면 검증도 없습니다.

기존 접근과의 차이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이 새롭지 않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AI 에이전트 설계에서 “Socratic Mentor”(질문을 통해 답을 이끌어내는 안내자) 페르소나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의 산파술(Maieutics)과 제가 제안하는 접근은 전제가 다릅니다:

Maieutics은 “당신 안에 답이 있다”고 전제합니다. 새로운 접근은 그런 전제를 하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이 몰랐을 수 있는 선택지를 먼저 보여드립니다”라고 말합니다.

인지심리학에서 잘 알려진 비대칭이 있습니다: 인식(recognition) 기억은 회상(recall) 기억보다 효율적입니다. 빈칸을 채우는 것보다 보기에서 고르는 게 쉬운 이유입니다.

질문 전의 질문을 하다

안경점에 가면 점원이 “뭘 보고 싶으세요?”라고 묻지 않습니다.

“이 렌즈로 보면 이렇고, 저 렌즈로 보면 저렇습니다. 어떤 걸로 보시겠어요?”

렌즈를 먼저 보여주고, 선택하게 한 뒤, 그 렌즈로 세상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Prothesis(프로테시스, πρόθεσις)는 바로 이 원리를 AI 협업에 적용해 본 프레임워크입니다.

  • Prothesis = “앞에 놓음”이라는 그리스어
  • 답변 전에 가능한 관점들을 먼저 제시
  • 사용자가 관점을 선택하면, 그 렌즈로 분석

이것이 “질문 전의 질문”입니다.

Unknown Unknown → Known Unknown

의사결정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분류가 있습니다.

  • Known Unknown: 뭘 모르는지 안다 → 질문할 수 있다
  • Unknown Unknown: 뭘 모르는지도 모른다 → 질문 자체가 불가능

Prothesis의 핵심 역할은 Unknown Unknown → Known Unknown 변환입니다.

“어떤 관점에서 볼 수 있는지”를 몰랐다면, 그건 질문할 수조차 없는 상태입니다. Prothesis가 관점들을 제시하는 순간, “아, 이런 관점도 있구나”를 알게 되고, 비로소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AI가 제시하는 2–3개 관점이 모든 가능성을 포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도 없는 상태”보다는 개선됩니다. 최소한 “이 관점들 외에 다른 건 없나?”라고 물을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기존의 AI 협업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입니다:

  • 기존: AI가 답을 주면, 인간이 수용하거나 거부
  • Prothesis: AI가 가능성 공간을 보여주면, 인간이 경로를 선택

작동 원리

Prothesis의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요청 → 관점 제시 → 선택 → [병렬 분석] → 종합 → 최종 렌즈
  • 요청: 불명확한 요청 (목적은 알지만 방법은 모름)
  • 관점 제시: 2–3개의 가능한 분석 관점 제시
  • 선택: 사용자가 관점 선택 (1개 이상)
  • 병렬 분석: 선택된 관점들로 동시에 탐구 수행
  • 종합: 결과 취합
  • 최종 렌즈: 수렴점, 발산점, 통합 평가

왜 병렬인가

순차 분석의 문제는 컨텍스트 오염입니다. 관점 A의 결론이 관점 B의 분석에 영향을 미칩니다.

Sequential: A → B → C (A가 B를 오염, B가 C를 오염)
Parallel: A ∥ B ∥ C (각 관점이 독립적으로 판단)

병렬 분석은 각 관점의 독립성을 보장합니다. 그리고 독립적인 분석들이 같은 결론에 도달하면, 그것은 견고한 발견이 됩니다.

실제 사례: 프로덕션 인시던트 분석

EKS(AWS의 Kubernetes 서비스) 클러스터에서 API 서버가 응답 불가 상태가 되었습니다. Synthetics 모니터링 알림으로 감지. 2일 연속 같은 시간대에 발생했고, 원인을 특정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증상: 499 에러 다발, CNI unhealthy 상태에서 요청이 timeout까지 대기, Karpenter가 필요 이상으로 노드 증설

4개의 분석이 동시에 시작됩니다. 각 관점은 서로의 분석을 모른 채 독립적으로 판단합니다.

각 관점이 본 것 — 그리고 보지 못한 것

각 관점은 자신이 볼 수 없는 영역(Horizon Limits)을 명시합니다. 이것이 다른 관점이 필요한 이유이고, 병렬 분석의 근거입니다.

각 관점은 “이 관점이 보지 못하는 것"을 명시하고 메인 에이전트에게 전달합니다.

Convergence와 Divergence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두 가지가 나옵니다:

Convergence (4개 관점 모두 동의):

조사한 여러 관점이 공통적으로 합의한 내용입니다

Divergence (관점 간 차이):

각 관점이 제시하는 우선 조치 항목과 근본 원인 의견이 다릅니다

순차 분석이었다면 인프라 관점의 “race condition” 프레이밍에 오염되어, SRE 관점의 “deterministic trigger” 통찰이 묻혔을 겁니다.

병렬 분석이기 때문에 발산점이 드러났고, 이것이 추가 조사의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이것이 Prothesis의 핵심입니다.

위 사례에서 제가 한 일은 “선택” 뿐입니다. 하지만 이 한 단계로 얻는 것은:

  1. 판단 기준의 명시화: 왜 이렇게 답했는지 알 수 있음
  2. 검증 가능성: 해당 관점에서 맞는지 확인할 수 있음
  3. 대화의 방향성: 후속 질문도 같은 렌즈 안에서 진행

시작하기

Claude Code 플러그인

epistemic-protocols 플러그인을 설치하면 /prothesis 명령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claude plugin add https://github.com/jongwony/epistemic-protocols

사용법: 요청 전에 /prothesis 입력하거나 모드로 전환. AI가 관점을 제시하면 선택합니다.

프로토콜 전문은 저장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판단 기준

Prothesis가 필요한 상황:

  • “어떻게 생각해?”, “이거 괜찮아?” 같은 평가 요청
  • 여러 관점이 유효한 복잡한 판단
  • AI 응답을 검증해야 하는 상황

Prothesis가 불필요한 상황:

  • 명확한 정답이 있는 사실 질문
  • 이미 관점을 명시한 요청 (“성능 관점에서 봐줘”)
  • 단순 실행 요청 (“이 함수 테스트 작성해줘”)

Prothesis는 기존에 알려진 방법론은 아닙니다. AI와 협업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에서 출발해 설계해 보았습니다.

Motive

많은 개발자가 에이전트 워크플로우의 계획-실행 사이클로 작업합니다. 저 역시 AI와 협업할 때 매번 “그 관점에서 본 거야?” “다른 관점에서는?” 하고 다시 물어야 했습니다.

관점 선택이 암묵적으로 처리되고 있었습니다. 이 단계를 명시화하면 어떨까 — 라는 생각이 시작점이었습니다.

Tools

Claude Code의 차별화된 기능인 AskUserQuestion과 Task(Subagent) 도구가 이 흐름을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1. AskUserQuestion — 선택지를 구조화해서 제시하고, 사용자 응답을 기다림
2. Task (Subagent) — 선택된 관점들로 병렬 분석을 수행

“관점 제시 → 선택 → 병렬 분석 → 통합”이라는 전체 흐름이 끊김 없이 작동하게 되었습니다.

마무리

AI가 빠르게 답하는 시대, 속도는 더 이상 희소 자원이 아닙니다.
희소해진 것은 이해입니다.

Prothesis는 계획 단계에서 전문가 관점으로 이해를 보존하려는 시도입니다. AI에게 답을 구하기 전에, “어떤 렌즈로 볼까요?”라고 먼저 묻게 함으로써

  • Unknown Unknown을 Known Unknown으로 변환하고
  • 판단의 기준을 명시화하고
  • 검증 가능한 답을 얻습니다

이 글에서는 인프라 장애 분석을 예시로 들었지만, “내가 모르는 분야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한다”는 관점에서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인식론이나 철학적 개념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Prothesis는 AI 협업 과정에서 느낀 문제의식을 나름대로 구조화해 본 실험입니다.
저도 잘 사용하면서 개선하고 있으며 관련 분야 전문가 분들의 피드백을 통해 함께 발전시켜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플러그인에는 실행 단계를 위한 Syneidesis 프로토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별도 글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질문 전에 질문하세요. AI가 더 나은 답을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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