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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창업 대신, 딜라이트룸

대학에 들어간 지 12년 만에 학사 학위를 받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적게는 두 배, 많게는 네 배나 오래 학교를 다닌 셈이다. 최고령 졸업생이라 그런지 감사하게도 졸업 연설 제안을 받았다. 특별히 잘난 건 없지만 마침 대학에 들어가는 사촌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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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ghtRoom
Mar 06, 2026
세 번째 창업 대신, 딜라이트룸
Contents
두 번의 학생 창업스타트업이 실패하는 두 가지 이유세 번째 창업을 준비하며딜라이트룸과의 만남문제를 정의하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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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들어간 지 12년 만에 학사 학위를 받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적게는 두 배, 많게는 네 배나 오래 학교를 다닌 셈이다. 최고령 졸업생이라 그런지 감사하게도 졸업 연설 제안을 받았다. 특별히 잘난 건 없지만 마침 대학에 들어가는 사촌 동생 생각이 나서, 조금 더 살아본 입장에서 해주고 싶은 말을 담았다. 요약하면 이렇다. “답을 빨리 찾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능력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말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두 번의 학생 창업

“서른 살에 1,000억 원을 벌고 싶어서요.”

처음 만난 사람이 왜 창업을 하냐고 물어보면 늘 하던 대답이다. “생각해 보세요. 26살에 졸업해서 바로 삼성전자 임원으로 취직하면 연봉이 100억이에요. 적지 않은 돈이지만, 4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부족해요. 그래서 회사만 다녀서는 이룰 수 없는 목표라고 생각했어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고등학생 때 만든 목표인 것 같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유행하기 한참 전이다. 특별히 가난하지도 않았고, 돈 때문에 간절히 하고 싶은 걸 포기한 적도 없다. 그래도 서른 살부터는 아무 걱정 없이 인생을 즐기고 싶었다.

대학교는 정말 자유로운 곳이었다. 전교 석차가 나오지도 않았고, 장학금을 제외하면 굳이 성적을 잘 받아야 하는 이유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학교 공부는 뒷전이 되었고, 그토록 바라던 창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학교 선배들과 과외 중개 서비스 ‘페달링’을 만들었고, 이후 글쓰기 앱 ‘씀’에 합류했다. 씀은 출시 1년 만에 앱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나란히 ‘올해의 앱’으로 선정되고, 사용자 수는 100만 명을 넘겼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투자사로부터 시리즈 A 투자도 유치했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두 가지 이유

놀라움과 기대가 뒤섞인 1년이었다. 하지만 수익화가 문제였다. 사용자는 많이 모았지만, 돈은 좀처럼 벌리지 않았다. 사용자들이 쓴 글을 책으로 만들어 팔아보기도 하고, 출판사와 연계해 책을 팔아보기도 하고, 더 저렴한 단편 소설을 팔아보기도 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결국 마지막 투자금을 받은 지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회사를 정리해야 했다.

몇 년 뒤에 예전에 함께 창업했던 페달링 팀이 피벗한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에 다시 합류했다. 당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서비스들이 눈부시게 성장하던 시기였다. 우리 역시 그 흐름을 타고 수백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연간 매출은 1,000억 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넘치는 사용자와 넘치는 자본 속에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일과 회사 생각뿐이었다.

아쉽게도 성장은 영원하지 않았고, 왜 잘 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키워온 회사의 규모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구조조정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고, 300명이 넘던 팀은 어느새 40명까지 줄어들었다. 당장 내일 줄 급여가 부족해 공동 창업자들이 신용 대출을 받아 회사에 빌려주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는 영업 이익을 흑자로 돌리는 데 성공했고, 그동안의 실패를 교훈 삼아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냈다. 투자자들도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185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두 번의 창업을 거치면서,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두 가지를 몸으로 배웠다. 첫째, 회사가 왜 잘 되는지 모른다. 사용자가 몰려오고 매출이 오르면 우리가 뭔가를 잘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 제품의 어떤 가치가 사용자를 붙잡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한다. 둘째, 왜 잘 되는지 안다고 해도, 거기서 돈을 버는 건 별개의 문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둘 중 하나도 못 하고, 운 좋게 하나를 해내더라도 꾸준히 성장하려면 둘 다 잘 해야 한다는 함정이 있다.

세 번째 창업을 준비하며

클래스101을 떠난 뒤, 나는 세 번째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몇 년간 우리의 목표는 항상 더 큰 성장, 다음 라운드 투자, 그리고 더 높은 매출이었다. 회사를 키우기 위해 내렸던 수많은 결정들은 결국 세 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사업은 흔히 전쟁에 비유된다. 기업은 시장을 정복하고, 경쟁사를 무너뜨린다. 그렇게 해야 다음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이번에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더라도 투자 없이 자립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스스로 돈을 버는 회사는 자유롭다. 큰 적자를 감수하며 매출을 부풀릴 필요도, 경쟁사에 쫓기며 불안해할 이유도 없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만족시키는 데에 집중하면 된다. 버는 것보다 적게 쓰면, 모두가 지치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다.

딜라이트룸과의 만남

알람 앱 ‘알라미’를 만드는 딜라이트룸은, 외부 투자 한 번 받지 않고 34명의 팀으로 연 매출 337억 원, 영업이익 190억 원을 만들어내는 회사였다. 1인당 매출 10억 원. 영업이익률 50% 이상을 3년 넘게 유지하고 있었다. (참고로 2025년 매출은 460억 원, 영업이익 200억 원이다.)

숫자만 봐도 대단하지만, 나를 진짜 끌어당긴 건 숫자가 아니었다. 딜라이트룸은 내가 두 번의 창업에서 실패한 바로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고 있는, 보기 드문 회사였다.

이 회사는 자신들이 왜 잘 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딜라이트룸의 핵심 원칙 중 하나가 “How보다 Why에 집착하는 문제 정의 중심의 기획 문화”다. 기획서를 WWH(What/Why/How) 형태로 쓰고, 제품 백로그를 추가할 때 문제 정의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한다.

다른 알람 앱들이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으로 접근할 때, 딜라이트룸은 “확실히 깨운다”는 본질적 문제에 집중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사용자가 핸드폰을 꺼버리는 문제까지 플랫폼별로 파고들었고, 각 운영체제에서 고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집요하게 찾았다. 안 될 것 같은 고객의 니즈도, 여러 창의적인 해결 방법을 통해 확실하게 챙겼다. 매주 전사 타운홀에서 부서 구분 없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토론하고, 개발자도 제품 지표를 직접 분석해서 개선 방향을 제안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보는 게 아니라, 데이터에서 “풀어야 할 진짜 문제”를 찾아내는 과정이 조직의 기본 동작으로 내재화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이해를 수익으로 전환하는 데도 탁월했다. 광고 수익화에 대한 깊은 노하우를 쌓아서 연평균 80%의 광고 매출 성장률을 유지했고, 유료 구독 모델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알람 앱을 누가 구독해서 쓸까 싶지만, 알람 덕분에 아침 시간 1시간을 아꼈다며 기꺼이 돈을 내는 사람이 수만 명이다. 나중에는 광고 수익화 노하우 자체를 ‘다로(DARO)’라는 B2B 제품으로 만들어서, 부산물이 새로운 사업이 되는 구조까지 만들었다. 자신들이 뭘 잘하는지 정확히 아는 조직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를 정의하는 회사

솔직히 궁금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내가 창업을 한다면, 그리고 그 회사가 잘 된다면 딜라이트룸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미리 경험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마침 딜라이트룸도 조직 규모를 확장하며 더 큰 성장을 그리고 있었다. 여러 모로 상황이 잘 맞았다.

지난 10년 동안 문제 정의의 중요성을 아프게 배웠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그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 일상인 조직이다. Why가 선명하지 않으면 How로 넘어가지 않는다. 실행 속도를 위해 문제 정의를 건너뛰는 일이 없다. 그 습관이 10년 넘게 쌓여서, 투자 없이 수백억의 매출과 50% 이상의 영업이익률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여러 번 실패를 반복하며 배운 게 있다면, 좋은 팀과 좋은 문화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투자금이 아무리 많아도 “왜”를 묻지 않는 조직은 무너진다. 반대로,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습관이 있는 조직은 자원이 부족해도 길을 찾는다. 딜라이트룸은 지금 그 다음 10년을 함께 만들어갈 사람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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